나로부터 오는 소외

비가 온다. 소복하게 쌓이는 눈처럼 아름답진 않아도 흘러흘러 땅 밑으로 스미는 찬 공기와 박수치는 그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럴때는 무슨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 하다가, Arco의 음악을 나즈막하게 틀어보았다. 무엇이든, 살아있는 생각은 올바르고 아름다운 형태로 구현되어야 하는데... 나는, 왠지, 지금 이 순간의 나는, 하얀 백지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거다. 뭐 별 차이가 있겠냐마는. 내가 내 스스로를 소외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힘들다면 그냥 내 몸의 존재의 깊이라도. 그래서 내 안이 바깥이 된다면 하고. 헛되고 의미없는 시간을 바랬다지만 그것들이 아무런 성과없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by gone | 2010/02/09 23:09 | 살해된 시간(diary) | 트랙백 | 덧글(0)
일요일의 고다르
2월 7일 일요일 저녁, 홍대에 있는 키친&고다르에서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 모임이 첫번째로 열렸다. 기획은 김경묵(Film Maker), 이고은(Freelancer), 박다함(Noise Musician).
아직 프레젠테이션 준비중이라 한산하지만, 중간이후쯤엔 뒤에 사람들로 꽉꽉 붐볐다.

위에서부터,

+박다함 Daham Park (Noise Music)
: 프리젠테이션 첫번째주자로 즉흥연주를 했다. 펑크/아나키즘 팬진 "We art still angry"를 만들었고 노이즈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추후 "불길한 저음"으로 발전하였다고. 2009년 11월 최용준과의 듀오앨범 'Driller'을 Balloon&Needle에서 발표하였다.


+김경묵 Kyug Mook Kim (Film)
: <나와 인형놀이,2004>, <얼굴없는것들,2005>, <청계천의 개,2008>, <Sex/Less,2010>을 만들었고,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네덜란드), 이베리아 영화제(중국), 스플릿국제영화제(크로아티아), 밴쿠버국제영화제(용호상 특별언급상), 시드니국제영화제,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경쟁), 칸사이퀴어영화제(일본), 전주국제영화제 등등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창 Lee Chang (Media Art)
: 너무너무너무너무 보고싶었던 이 창! 내가 정말 작업 좋아하는 손꼽는 몇 안되는 작가들 중 한명이다. 작가 이 창은 "Homo oblitus"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고, 그것에 관한 동화와 신화를 만들어낸다. 망각을 하기에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말. 왠지 이 창이 그려내는 작품속 이미지들은 어둠속을 부유하고 외로워보이지만 그 들은 두개였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신화를 만들어낸다. 갤러리 더 오렌지와 갤러리 꽃에서 2회의 개인전과 예술의 전당, 영은 미술관, 그문화, 루프,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했다.


+설경숙 Suan Seol (Documentary Film)
: 사람이 있는 다큐멘터리, 사람과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작품을 하고싶다는 영화감독. 2008년 골드스미스를 졸업하였고, 단편영화 <불편한 식사,2007>, <Greesy Roots, Split Ends,2008>를 만들었다. 지금은 인도에서 찍은 영화를 편집중이다. (그래서 조금만 보여주심^^)

+Mitchell Patrick 미첼 페트릭 (Drawing & Video)
: 매우 젊은 나이에 어떻게 한국으로 오게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2008년 버몬트스튜디오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드로잉과 설치, 영상작업 중 드로잉이 굉장히 좋았는데 제목에 스펠링을 숫자와 영어를 섞어쓰는것이 참 독특했다. 작업을 하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인터넷 안의 정보들을 수집해서 작업하는게 키워드. 이렇게 대놓고 인터넷 이미지보고 그렸어요, 라고 말하고 그걸 작업의 모티프로 설명하는것을 들으니 예술 참 쉽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Kelin Kyung kun Park 박경근 (Media Art & Design)
: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는데 작업을 몇개 보지 못해서 아쉽다. 2005~2009년까지 디자이너 겸 플라잉시티로 활동하였다.


+정재훈 Jae-hoon Jung (Film)
: 영상작업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내러티브가 없고 이미지에 집착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실험적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그 영상안의 시간성에 주목하게 된다. 아직은 뭐라고말하기가 조금 어려운 영상작업들. <누군가의 마음,2004>, <한낮,공처럼,2006>, <어둑서니,2007>, <인디포럼 2007폐막영상>, <호수길,2009> 등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조재무 Jae-moo Jo (Photography)
: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 후 사진으로 진로를 변경하였다고 한다. "대학생 다큐멘터리 사진연합"활동을 통해 재개발, 뉴타운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

일요일의 고다르는 계속됩니다.^^

by gone | 2010/02/08 16:24 | 기절하는 약(work) | 트랙백 | 덧글(2)
문래예술공장
문래역에서 공장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영등포 등기소가 나오는데, 그 등기소 근처에 문래예술공장이 개관했다. 이곳의 주변으론 공장이나 주유소가 있고, 옥상에선 바로 옆 기찻길도 보인다.
개관식에 조금 늦었는데 2층 공연장에서는 몸꼴의 개관 축하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몸꼴은 내 작업실 바로 윗층에 있는 극단이다. 매번 옥상에서 연습하는 소리가 났는데, 실제로 이렇게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다. 매우 멋졌고, 이곳과 참 잘 어울렸던 공연이었다. 철제 판들로 만든 소리들이 인상적이다.
1층에서는 주로 입체작업이 전시되고 있었다. 개관에 앞서 홍희진 큐레이터님이 문래동에 있는 작가들 위주로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를 원하셨던터라 문래동에 어떤 작가들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알게됬고 또 한눈에 작업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문래동에 있으면서도 굳이 작가들끼리 모여서 소통하는 자리가 있지않은 이상 그렇게 모이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장 윗층에도 'ㄷ'자 형식의 갤러리가 있는데, 아래에 공연장도 훤히 보인다. 권보선, 윤상범, 김승환, 김동규, 이원우, 서고운, 손경환, 남영화, 최문석, 예병현, 이승필, 신빛나리, 박민규, 김영현, 앙상블 뒷돌, 극단 몸꼴, SORO 퍼포먼스 유닛, 한국춤교육연구회, 이성형, 경계없는 예술센터 참여. (녹음실, 영상편집실, 박스씨어터, 스튜디오 및 장비대여, 세미나 또는 워크숍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습니다.)


Photo by Kim Seung-hwan
by gone | 2010/02/05 13:39 | 기절하는 약(work) | 트랙백 | 덧글(0)
여행 일정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아 아 아 아 고민되는구나
by gone | 2010/01/28 02:13 | 살해된 시간(diary) | 트랙백 | 덧글(2)
18.5kg의 할머니
할머니는 2년간 투병끝에 18.5kg의 몸무게로 엊그제 새벽 세상을 떠나셨다. 몇달 전부터 팔과 다리로는 피도 들어가지 않아 굳어있는 상태였는데, 나는 끝내, 십년넘게 뵈지 못한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눈물이 터졌다. 뼈밖에 남지 않은 그 뭉뚱이. 차가운 얼굴에 흰 천을 씌웠고 온몸이 묶였다. 푸르고 차가운 그 얼굴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으면 마음이 더 먹먹해져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잘가요, 할머니. 이제는 괜찮아. 아프지 않을꺼야. 편히 쉬어요. 그 슬프고 어둑어둑한 이별의 향연을 볼 수 없어 보고, 보지 않으려다 보았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 나와, 나의 마음에 충실한 나와, 나의 마음 속 깊이에 숨겨져 있는 내가 너무 커져버려서 사랑도, 현재도, 기억도, 생각들도 온통 나로 뒤덮혔다가 다시 나를 강으로 만들고 긴 터널로 만들고 숲으로 만들어 내가 나임을 부정하고서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처럼 나도 죽음에 가까워지면 기억들은 온통 무로 남게되겠지. 잔인한 슬픔속에는 기억도 없고 깊이도 없겠지. 또렷한것들만 남고 땅속으로 모두 묻혀버리겠지.


3일간 장례식장에서, 발인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부딪혔다가 다시 끼워지고 미뤄두었다가 잊혀지고 다시 짜맞추려다 온몸이 수백개로 부숴져버릴까봐 어느 생각도 시작하지 못했다. 그 푸르지만 차가운 바다. 눈을 감고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손을 뻗는다. 그런데 공기속에 부유하는 모든것들이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by gone | 2010/01/26 17:37 | 살해된 시간(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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